[월드리포트] 3D 프린터로 잃어버린 신체를 재생한다
작성자 I 관리인     조회 I 1553 ( 2014-08-25 14:04: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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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하게 성장해 온 3D 프린터는 단순히 집에서 필요한 제품이나 부속을 만드는 일 뿐만 아니라 각종 분야의 산업에서 탄력을 받고 있다. 우주산업과 자동차산업, 의학 분야에서, 특히 외과 및 생명공학 분야에서는 3D 프린터가 중요한 도구로 여겨지면서 인간의 세포조직을 프린트하는 기술을 지속적으로 연구, 개발하고 있는 중이다.

 

이미 의수나 의족과 같이 비교적 제작이 단순한 신체부위를 만들기 위해 3D 프린터를 사용하는 것은 최근 10년간 미국 내에서 상당히 보편화 되어가고 있는 추세이다. 최근에는 와이어나 유압, 공기압 등으로 관절 마디마디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고가의 의수 및 의족도 3D 프린터로 저렴하게 제작하고 있다.

 

▲ 3D 프린터로 제작한 의족들(사진 출처: inhabitat.com)

 

▲ ABC에서 방송된 가정에서 3D 프린터로 제작한 의수

 

얼마 전 미국 ABC 뉴스에서는 손목 아래 부분을 사고로 잃은 어린 아들을 위해 그 아버지가 3D 프린터로 의수를 제작해 실용화시킨 일이 방송을 탔다.

 

관절을 움직여 물건을 움켜잡을 수 있는 전문 의수는 가격이 보통 4만에서 5만 달러 정도. 하지만 한 번 구입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몇 년에 한 번씩은 새로운 크기의 의수를 구입해야 하기 때문에 그 부담은 적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3D 프린터로 제작한 같은 기능의 의수 제작비용은 약 40달러. 가격대비 성능과 실용성을 생각해 보면 방송을 탈 만하다. 이미 인터넷에서는 간단한 검색으로 의수 제작을 위한 모형과 설계도면 및 조립 방법 등을 다양하게 찾아볼 수 있다.

 

▲ 오라가노보사가 3D 프린터로 제작한 인공 간 조직

 

의학계에서 사용하는 3D 프린터의 용도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빠른 시일 내에 폐와 심장, 신장이나 간, 대장, 소장 등의 장기를 3D프린터로 프린트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다. 3D 프린터로 제작한 조직은 환자 자신의 몸에서 채취한 세포 조직을 체외에서 배양하여 프린트 하는 것으로 거부반응 0%의 이식이 가능해진다. 타인의 장기를 이식 받으면 거부반응을 막기 위해 평생 약을 먹어야 하는 불편을 안고 살아야 하고 이식 초기에는 최악의 경우 거부 반응으로 인해 이식 받은 장기를 포기해야 할 수도 있는 위험을 떠안고 지내야 한다. 하지만 자신의 세포를 이식하게 된다면 그러한 위험성과 불편함의 가능성은 줄게 된다.  

 

현재 3D 프린터로 제작해 실제로 신체에 이식이 가능 단계까지 온 조직은 피부와 근육 조직, 혈관, 그리고 연골조직 정도이지만 이 모든 것이 최근 몇 년 동안 급속도로 개발된 것으로 볼 때 장기를 프린트하는 것도 머지않은 미래에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더 현실적으로 가능한 이유는, 인간의 장기는 100%를 다 복제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장기가 90% 이상이 망가질 때까지 모르고 지내다가 그 이상 문제가 생기고 나서야 증상을 자각하고 병원을 찾게 되는 것처럼 전체 장기의 15~20% 정도만 프린트해서 이식해도 충분히 생명을 연장하고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 생명공학자들의 전략은 완전한 대체보다는 망가진 장기를 회복하기에 충분한 조직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3D 프린팅으로 실용화에 가장 근접한 장기는 간이다. 간은 스스로 재생하는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간경화나 간암으로 손상된 부분을 떼어내고 나머지 정상적인 부분에 체외에서 배양한 정상 간세포를 3D 프린터로 프린트해서 일부 이식하면 타인의 간을 제공받는 것 보다 훨씬 더 수월하게 회복될 수 있다.

 

작년에 이미 미국 오라가노보사(Organovo Holdings Inc)는 바이오 잉크와 3D 프린터를 이용한 인공 간 개발에 성공해 메사추세츠주 보스턴에서 열린 2013년 실험적 생물학 컨퍼런스에서 ‘3D 간’에 대해 발표했다. 작년부터 이미 임상실험 중이고 FDA(미국 식약청)의 승인이 얼마나 빨리 나는가에 달려 있지만 상용화 가능 시점은 3년이 걸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 미국 보스턴에 위치한 브리검 여성병원 생명공학 연구진은 아가로오스겔(agarose gel: 우무 젤)을 3D 프린터에 주입해 혈관 틀 형태로 인쇄한 뒤 여기에 하이드로겔을 재첨가하는 방식으로 인공 혈관샘플을 재현해 내는데 성공했다. 아직 재료로 쓰인 아가로오스겔이 생체대사를 견뎌 낼만큼 충분히 강력하지 않고 모세혈관처럼 극도로 미세한 형태까지는 인쇄할 수 없는 단계이지만 인공혈관 인쇄의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측면에서 이번 연구결과가 지니는 의미는 매우 크다. 최근 일본에서도 사가 대학과 Cyfuse Biomedical이 공동으로 환자의 피부세포를 이용해 혈관을 출력하는 기술을 개발해 냈다. 임상실험이 끝난 뒤 2018년에는 인체실험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레이어와이즈가 이식에 성공한 인공 턱뼈는 3D 프린터로 제작됐다.

  

치과에서는 이미 3D 프린터가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 환자의 턱뼈를 스캔해 3D 프린터로 모조 턱뼈를 만들고 임플란트 수술을 하기 전 충분히 복제품으로 연습을 한 후에 임플란트를 실시해서 의료 사고를 줄이고 있다. 2012년에는 벨기에 회사인 레이어와이즈(LayerWise)에서 3D 프린터와 바이오 세라믹으로 제작한 턱뼈를 통째로 84세 여성에게 이식하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3D 프린터를 의료에 응용하는 것은 한국에서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지난 6월 포스텍 조동우 기계공학과 교수팀은 가톨릭대 의대 이종원, 김성원 교수, 미국 워싱턴대 김덕호 교수 등과 공동으로 인체 조직과 성분이 동일한 물질을 이용해 3D 세포 프린터에 적용할 수 있는 바이오잉크를 개발하고 뼈와 연골, 지방을 찍어내는 데 성공했다. 이 물질은 인체 조직의 구성 성분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며 성분비도 동일해 조직 재생을 위한 생체 적합성 재료로 주목받고 있으며 중간엽 줄기세포는 골수나 지방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로, 원하는 조직으로 안정적으로 분화된다는 점에서 임상에 적용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3D 프린터를 사용한 장기는 여러 가지로 사용될 수 있다.

 

새로 개발한 백신이나 치료제와 같은 신약을 3D 프린트한 장기에 실험해서 확실한 결과를 볼 수 있다면 동물 실험으로 걸리는 시간을 단축시키고 임상실험으로 인한 위험성을 줄일 수 있다. 그리고 환자의 신체에서 채취한 세포를 증식시켜 각종 치료약을 신체 밖에서 실험을 한다면 위험성 없이 맞춤형 치료약을 만들어 한 번 투여로 치료가 훨씬 수월해진다. 절개하고 연결하고 봉합하는 등의 초보 의사들이 외과 수술 연습용 모델로 사용할 수도 있다. 장기의 실제 모습과 가장 비슷한 모델로 연습하면 실전에 훨씬 더 쉽게 적응할 수 있다.

 

지난해 뉴욕 주에서만 장기 기증을 기다리다 제때 기증받지 못해 사망한 환자의 숫자는 539명이다. 현재 미주 전체에서 약 12만2천명의 환자들이 장기 기증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장기 기증을 기다리는 환자들에 비해 실제로 기증되는 장기는 턱없이 부족하다. 3D 프린터로 장기를 프린트하는 것이 실용화 단계에 이르면 이런 상황은 극적으로 바뀌게 되어 수많은 생명을 살리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