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내빈’ 진짜 '깡통'이 되고 있는 PC 케이스
작성자 I 관리인     조회 I 460 ( 2014-07-04 14:50: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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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잇 최용석 기자] 요즘은 새로 PC를 살 때 데스크톱보다 노트북을 더 많이 찾는다. 어디든 자유롭게 들고다닐 수 있어 밖에서도 맘껏 컴퓨팅 작업이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래도 ‘가격 대비 성능’ 면에서는 여전히 데스크톱이 우위에 있다. 좀 쓸만한 성능의 노트북을 살 금액이면 더 큰 화면에 게임도 충분히 즐기고 저장공간도 넉넉한 데스크톱 PC를 꾸밀 수 있다.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PC의 성능은 날이 갈수록 향상되고 있다. 물론 PC를 구성하는 부품들 역시 그만큼 성능이나 품질이 향상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단 하나, 기존에 비해 오히려 퇴보를 거듭하고 있는 부품이 있으니, 다른 부품도 아닌 ‘케이스’다.

 

화려해진 기능…그러나 갈수록 떨어지는 내구성

 

PC 케이스의 용도는 보통 PC의 외형을 결정하거나, 원활한 공기 순환으로 내부 쿨링에 도움을 주는 역할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물론 그런 목적도 틀리지는 않지만, PC 케이스의 제 1순위 목표는 예나 지금이나 ‘내부 중요 부품의 보호’다.

 

그러나 요즘 나오는 PC 케이스들, 특히 ‘보급형’이라고 나오는 제품들은 다른 부품들을 보호해야 할 케이스 자신이 오히려 허약한 모습을 많이 보이고 있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구성하는 철판의 두께가 최소 1T(1mm)는 되어야 ‘쓸만한 케이스’로 인정받던 때가 있었다. 철판 두께가 0.8T 이하인 제품은 싸구려 혹은 저가 제품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런데 어느새 PC 케이스의 철판 두께는 좀 괜찮은 제품이 0.8T 수준이고, 보급형 제품들은 0.6T 이하인 제품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듬직하고 견고한 모습으로 내부 부품을 지켜야 할 케이스들이 손에 힘을 주고 비틀면 쉽게 구부러지고 찌그러질 정도로 약해졌다.

 

▲ 조금만 힘을 주거나 충격을 받으면 쉽게 찌그러질 정도로

요즘 케이스들의 내구성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부가기능은 오히려 화려해졌다. 중고가 제품에서나 볼법한 2~3개씩의 팬을 단 ‘쿨링 케이스’를 3만원대 이하 제품에서도 어렵잖게 찾을 수 있다. USB 3.0 포트 제공은 기본에 하단파워 장착 구조의 제품도 상당하다. LED 팬을 장착해 작동 시 더욱 화려한 멋을 뽐내는 제품도 꽤 있다. 부가기능이나 디자인만 보면 4~5만원대 이상의 제품과 비교해도 손색없다.

 

그러나 그런 케이스를 사서 PC를 조립하면 설레임보다 후회가 먼저 온다. 조금만 힘을 줘도 쉽게 뒤틀리다 보니 좌우 커버가 아귀가 맞지 않아 조금씩 뜨거나 어긋나기도 한다. 살짝 기대거나 힘을 주어 누르면 그 부분이 휘거나 움푹 꺼지는 것은 다반사다. 충격이나 진동, 흔들림에 취약한 하드디스크를 장착하는 드라이브 베이(bay)가 한쪽만 기둥이 제대로 서있고 반대편은 그저 잡아만 주는 불안한 형태의 케이스도 적지 않다.

 

또 조립을 마쳤다 하더라도 살짝 쓰러졌는데 하드디스크에 충격이 가해져 손상을 입는다거나, 메인보드와 그래픽카드 등이 뒤틀림으로 인해 접촉 불량을 일으키거나 쇼트가 발생할 수도 있다. 철판이 겹쳐지는 부분이 제대로 밀착되지 않거나 뒤틀림으로 인해 진동으로 부르르 떨리는 소음이 발생하기도 한다. 말 그대로 쉽게 찌그러지는 ‘깡통’이나 다름없다.

 

▲ 케이스 내구성의 저하는 비용 절감을 목적으로 얇아진 철판 두께가 한 몫 한다.

 

4만~5만원을 넘어서는 제품들부터는 그런 문제가 현격히 줄어든다. 좀 더 두꺼운 철판을 쓰고, 지지하는 기둥 구조를 제대로 갖춰 뒤틀림과 떨림을 확실히 잡은 제품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상당수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케이스들은 4~5만원 이상의 제품이 아닌, 3만원대 이하의 ‘보급형’ 제품이라는 것이 문제다.

 

케이스 제조사 입장에서도 할 말은 있다. 원자재 가격과 제조 비용은 갈수록 증가하는데, 소비자들이 원하는 가격과 성능을 충족시키려면 케이스 본체를 구성하는 철판 두께를 얇게 줄이고, 구조를 단순화해 만들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근래 들어서 침체된 경기로 소득이 줄어들고, 하드웨어에 대한 기본 상식이 부족한 소비자들이 ‘가격 대비 성능’을 우선하는 경향도 ‘깡통 케이스’의 범람에 한 몫하고 있다. 같은 가격이면 ‘내구성’ 같은 기본기보다 ‘디자인’ 또는 ‘쿨링 성능’을 강조한 제품을 찾게 되고, 제조사들 또한 그러한 흐름에 편승하면서 ‘튼튼한 내구성’이 뒷전으로 밀려난 것이다.

 

제조사들이 먼저 보급형 케이스의 ‘질’에 신경 써야

 

새로 지은지 얼마 되지 않은 아파트나 빌딩이 비용을 아끼기 위한 부실시공 때문에 재산 피해나 인명 피해가 발생하는 사고를 종종 볼 수 있다. 저가의 깡통 케이스도 마찬가지다. 당장 겉 모습은 멀쩡해 보이고, 조립을 잘 해 PC로서 정상 작동하더라도 약해 빠진 내구성이 언제 어떤 문제를 일으킬지 모른다.

 

▲ 싼 값에 많이 파는 것 보다 제조사가 먼저 조금 비싸도 제대로 만드는

자세가 필요하다.(이미지= 다나와 캡쳐)

 

방법은 두 가지다. 소비자들이 좀 더 제대로 알고 사거나, 제조사들이 보급형이라도 좀 더 제대로 만들면 된다. 그렇다고 지금까지 하드웨어에 대해 잘 모르는 일반 소비자들에게 꼼꼼히 따져가며 사라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남은 것은 케이스에 대해 전문가인 제조사들이 좀 더 신경을 써서 잘 만드는 것이다. 적당히 싸게 만들고 많이 팔아서 나중에 욕을 먹는 것보다, 조금 더 비용을 들여서 튼튼하게 제대로 만들면 소비자들의 평판도 오르고, 입소문도 좋아지기 마련이다. 가뜩이나 요즘 소비자들은 가격만 보고 제품을 고르지 않는다. 먼저 써본 사람들의 경험담이나 평가를 참조해 신중하게 검토하고 구매하는 ‘똑똑한 소비’가 늘었다.

 

분명 PC 시장이 예전만 못하고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우선 팔고 보자’라는 생각으로 스스로 제품의 질을 떨어뜨린다면 소비자들은 더더욱 그 제품을 찾지 않을 것이고, 소비 및 시장 위축이 더욱 가속화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최용석 기자 rpch@it.co.kr